110여명 거주 광명 아파트 주민 절반 이상 병원행…25명은 체육관 임시거주
(광명=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 곳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18일 오전 8시 30분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 주민 A씨는 검게 그을린 아파트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화재 아파트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A씨도 전날 밤 화염이 번질 당시 창문 틈새를 막고 밖으로 급히 대피하는 등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그는 "이 아파트가 연립주택 있던 자리를 개발해 만든 아파트라 그런지 사정이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 그래서 대피가 더 어려웠을 거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근 주민 B씨는 "친구가 이 아파트에 사는데 다른 가족들은 외출 중인 상황에서 아저씨 혼자 집에 있다가 연기를 보고 부리나케 도망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모두 다치지 않아 다행인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법 굵은 빗줄기에도 화재 현장은 여전히 메케한 냄새가 가득한 가운데 A씨를 비롯한 많은 주민은 우산을 쓰고 나와 불에 탄 아파트의 처참한 광경을 지켜봤다.
필로티 구조의 아파트 1층 주차장에 있는 차들은 차종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불탔고, 주차장 천장은 배선이 모두 드러난 채 검게 그을려 있었다.
주차장 벽면도 재와 그을음으로 검게 물들어 대낮임에도 손전등 없이는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층에서 발생한 사고임에도 그을음은 건물 벽면을 타고 10층짜리 아파트 옥상까지 닿아 있었다.
외벽에 달린 에어컨 실외기는 내부 회전날개와 전선이 모두 녹아버린 채 형체만 남아 있었다.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선 불타버린 벽지와 가전제품, 옷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재 주민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거나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광명시 등에 따르면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이 아파트 전체 110여명의 절반을 넘고 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도 12가구 25명에 달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합동 점검을 진행 중이다. 감식은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차장 천장 부근을 중심으로 필로티 주차장과 맞닿은 건물 2층 내외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추가 인명 검색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오전 11시부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등 25명을 투입한 합동 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7일 오후 9시 10분께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밖에 55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쳤다.
중상자 중에는 위독한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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