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멱살 잡더니 등까지 떠 민다.
김민재의 포지션 경쟁자로 1년 6개월간 여러 스토리를 쌓았던 전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분데스리가 시상식장에선 김민재를 끔찍하게 챙겨줘 시선을 모은다.
한국 팬들도 "저렇게 김민재 챙겨주는 사람이 다이어 말곤 없다"며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민재가 한국 축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트로피 두 개를 들어올린 가운데, 시상식장에서 포지션 경쟁자인 에릭 다이어와 나눈 '브로맨스'가 화제다.
다이어는 지난해 1월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사실상 쫓겨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왔다.
그가 뮌헨에 올 때 '절친' 해리 케인 찬스를 썼다는 논란까지 빠졌지만 막상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가 지난해 1~2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위해 6주간 빠지다보니 그의 공백을 임시로 메울 선수 정도로 간주되고 6개월 임대 신분으로 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1년 연장 계약에 필요한 출전 경기 수를 다 채우더니 지금까지 1년 6개월을 지내면서 46경기를 출전했다.
지난해 3~5월엔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밀어내고 세계 굴지의 명문 구단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팬들에겐 토트넘과 뮌헨에서 연달아 뛰어 눈에 띄었지만 기량 논란으로 비판도 받았던 다이어가 새 팀 AS모나코(프랑스) 이적을 앞두고 김민재 챙기기에 나선 것이 훈훈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의 2024-2025 시즌 분데스리가 33라운드를 홈 경기를 치른 뒤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홈에서 3년 만에 치르는 우승 세리머니였다. 뮌헨은 지난 2012-2013시즌부터 분데스리가는 11시즌 연속 제패했다. 지난 시즌엔 '무패 신화'를 달성한 바이엘 레버쿠젠의 상승세에 밀리더니 슈투트가르트에 2위 자리까지 내주며 3등에 그쳤다.
2년 만에 분데스리가 정상을 탈환한 셈인데 2022-2023시즌엔 최종전까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까지 경쟁하다가 극적으로 우승한 터라 원정팀 구장에서 세리머니를 했다.
홈에서 모처럼 세리머니를 하는 만큼 8만명이 몰려든 가운데 선수단과 팬이 함께 어우러져 자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뮌헨 구단은 분데스리가사무국에 에 홈 최종전인 묀헨글라트바흐전을 마치고 세리머니할 뜻을 내비쳤고 드디어 이날 시상식이 열렸다.

김민재 입장에선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는 시상식이 됐다.
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폴리의 33년 만의 우승에 기여한 그는 빅리그 두 곳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과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리고 지난 시즌 이강인이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각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있지만 복수 리그 우승은 김민재가 처음이다.
김민재는 두 차례 우승에서 모두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땐 나폴리 대개혁의 중심에 자리잡아 팀을 33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에도 레버쿠젠에 1년 전 우승을 내준 것은 물론 슈투트가르트에 준우승까지 허용한 치욕을 뮌헨이 보란 듯이 갚는 역할을 했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뮌헨 우승의 핵심 멤버였다. 지난 1년간 분데스리가에서 2284분을 뛰어 요주아 키미히(2757분), 케인(2350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 때 진통제를 맞고 뛸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참고 꿋꿋이 뛰며 뮌헨 수비 붕괴를 막았다.
우승 직후 뮌헨 구단이 뿌린 우승 공식 자축 유튜브 썸네일(동영상 표지)에서 10명의 뮌헨 선수에 들어가지 않아 한국은 물론 뮌헨 팬들까지 "왜 김민재가 빠졌냐"며 '푸대접' 논란까지 벌어졌지만 정작 뮌헨 선수들은 김민재를 계속 챙겼다.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넘겨받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이를 들어 올리지 않고 올 시즌 끝으로 뮌헨 구단을 떠나는 '리빙 레전드' 뮐러에게 전달했다.
이에 뮐러가 가장 먼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케인과 다이어가 다음 차례로 나섰다. 둘은 토트넘 홋스퍼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트로피 획득의 꿈을 일궈냈다.
이어 이번 시즌 10골-10도움 이상을 올리며 뮌헨 최고의 영입으로 꼽히는 프랑스 윙어 마이클 올리세가 마이스터 샬레를 번쩍 치켜들었다. 오스트리아 수비수 콘라트 라이머가 다음 차례였다.
그리고 6번째 차례가 바로 김민재였다.
김민재는 라이머보다 먼저, 5번째로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세리머니할 때 김민재 옆에 붙은 다이어가 김민재의 멱살을 잡으면서까지 '한국산 철기둥'에게 앞으로 나갈 것을 권유했다.
다이어의 '첫 작업'은 실패했으나 라이머가 마이스터 샬레를 치켜든 뒤 케인과 뮐러까지 합세, 김민재 등을 떠민 끝에 김민재가 세리머니를 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김민재는 '마이스터 샬레'를 들고 선수단을 쭉 돌아본 뒤 들어올리는 척 하는 '페이크'를 쓰더니 다시 한 번 선수단을 쳐다보고는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다이어는 뮌헨 입단 때부터 말이 많았다. 토트넘에서 6옵션 수비수로 밀렸는데 뮌헨이 왜 50억원 연봉을 주고 데려오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1년 반동안 뮌헨 구단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뿜은 것으로 평가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마지막엔 김민재까지 챙기면서 자신의 뮌헨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민재도 뮌헨 선수들의 따뜻함에 웃으면서 2024-2025시즌을 마치게 됐다.
사진=스카이스포츠 독일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