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좌완 투수 수집에 열중했던 KIA 타이거즈는 취향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좌완 왕국'을 구축했단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5시즌 KIA 좌완 불펜은 한 명이라도 건사하면 다행일 정도로 무너졌다. 부상에 이어 극심한 제구 난조로 또 한 명의 왼손 불펜이 사라진 까닭이다.
KIA는 12일 1군 엔트리에서 투수 최지민과 내야수 홍죵표, 외야수 김석환을 말소했다. 전날 더블헤더 특별 엔트리 등록 선수 말소와 함께 개막전부터 줄곧 1군에 있었던 최지민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최지민은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구원 등판했다.
KIA는 1-0으로 앞서던 6회 말 양현종이 동점을 내준 뒤 1사 1 ,2루 위기에 빠지자 곧바로 불펜진을 가동했다. 먼저 구원 등판한 전상현이 맥브룸에게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대타 한유섬에게 역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대타 최준우에게도 추가 적시타를 맞아 1-3까지 끌려갔다.
KIA 벤치는 곧바로 최지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최지민은 김성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모두 속구를 구사했지만, 스트라이크는 단 한 개뿐이었다. 최지민은 후속타자 신범수에게도 단 한 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점수 차는 순식간에 1-5까지 벌어졌다.
최지민은 이준영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준영은 채현우를 삼진으로 잡은 뒤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KIA는 6회 말 역전 허용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패했다.


최지민은 올 시즌 20경기(14이닝)에 등판해 1승 4홀드 평균자책 4.50, 12탈삼진, 16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2.07로 고질적인 제구 난조를 거듭했다. 결국, 최지민은 12일 1군 엔트리 말소와 함께 재정비 시간을 보낸다.
KIA는 올 시즌 초반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이탈하는 악재를 먼저 겪었다. 이어 최지민마저 말소되면서 1군 불펜에 좌완 투수는 이준영과 김기훈뿐이다. 박빙에 올릴 수 있는 자원은 이제 이준영만 남은 셈이다.
KIA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좌완 불펜 고민에 대해 "우선 현재 상황에선 이준영 선수를 가장 믿고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좌완 불펜 투수들이 풍족했던 편이지만, (곽도규 선수) 부상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전상현 선수의 경우에는 좌·우를 크게 가리지 않기에 더 활용 폭을 늘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이 감독은 "이준영 선수는 빡빡한 상황에서 1~2타자와 맞붙을 때 가장 좋은 유형이다. 최지민 선수는 좌·우를 안 가리는데 제구 문제가 있으니까 점수 차가 조금 있는 편안한 상황에 올리려고 한다. 선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건 선수를 향한 믿음을 보이면서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IA 벤치는 1사 만루라는 압박감 속에서 고질적인 제구 난조를 이기지 못한 최지민을 끝내 말소했다. 이제 박빙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좌완 불펜은 이준영 단 한 명뿐이다. 게다가 퓨처스팀에서 올릴 마땅한 좌완 불펜자원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좌완 왕국'이 이제 옛말이 된 가운데 KIA 벤치가 올 시즌 초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불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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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