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유배지에서 국제관광도시로…'동양의 하와이' 싼야 비결은

"낙후 어촌을 원주민 이탈 없이 도시재생 성공"…개방 경제 성과
대형 면세점 유치·국제선 확대·세감면…울산 동구, 벤치마킹 모색

(싼야[중국]=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주민들에게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비결입니다."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를 방문한 울산 동구청 정책연수단을 만난 싼야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날 10여명의 연수단은 싼야시 톈야구 마링타운을 찾았다.

'싼야의 산토리니'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흰 벽에 파란 지붕을 얹은 건물들이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있었다.

골목 안쪽엔 아기자기한 벽화가 어우러졌고, 그 끝으로는 눈부신 해안선이 펼쳐졌다.

골목과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그늘막 아래에서 부채질하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이 공존하는 풍경이었다.

싼야시 관계자는 "지금은 비수기라 여유롭지만, 성수기엔 발 디딜 틈조차 없다"며 "지난 노동절 연휴엔 닷새 동안 88만 명이 싼야를 찾았다"고 소개했다.

과거 낙후한 어촌이었던 마링타운은 원주민의 이탈 없이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 사례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주택 건물을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해 고급 숙박시설로 개조했다.

이를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관광객에게 임대하도록 해 도시 개발의 수혜가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한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개발'의 전형으로 꼽힌다.

마링타운 둘러보는 김종훈 동구청장[울산시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링타운이 위치한 싼야는 하이난성 최남단에 위치한 중국 최대 휴양도시다.

동쪽으로는 홍콩, 서쪽으로는 베트남과 마주하며, 연평균 기온 22∼25도의 온화한 기후와 200㎞에 달하는 해안선을 갖춰 '동양의 하와이'로 불린다.

현재는 연간 2천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연간 소비액은 9천300억 위안(약 180조원)에 이른다.

과거 정치적 유배지였던 싼야가 이같은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된 것은 불과 20년 남짓의 일이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 자유무역항' 정책으로 하이난 전역을 개방경제의 실험지로 지정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싼야는 관광·무역 복합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국제무역도시를 표방하며 대규모 면세점과 글로벌 브랜드 유치, 해외 유수 대학과 기업 유치, 국제선 직항 확대,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을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싼야에 설립된 기업은 중국 타지역보다 낮은 1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77개국에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개방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울산 동구-싼야시 무역촉진회 간담회[울산시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종훈 동구청장을 비롯한 정책연수단은 마링타운 외에도 남산사 해수관음상, 싼야완 로드 해안 경관지구, 로맨스파크 천고정 등 주요 관광명소와 싼야 중앙상무관리국·무역촉진회 등 관계기관을 차례로 찾아 현지 도시개발 전략과 관광 정책, 공공 인프라 운영 방식 등을 살폈다.

김 구청장은 싼야 무역촉진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싼야시의 사례는 관광산업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주민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산업임을 보여준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 지역 간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싼야 중앙상무관리국 청사 방문한 동구 정책연수단[울산시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