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의 첫 수상에, LG 오지환이 꽃다발 들고 축하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하남직 기자 = 개인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에 휩싸여 있던 박찬호(29·KIA 타이거즈)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로 올라온 오지환(34·LG 트윈스)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24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박찬호였지만, 다른 팀 후배를 축하하고자 시상식에 참석하고 무대까지 오른 오지환도 행사장을 빛냈다.
박찬호는 "오지환 선배를 보며 또 한 번 배웠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박찬호는 '격전지' 유격수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다.
박찬호는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얻었다.
경쟁자 박성한(SSG 랜더스)은 118표(득표율 41%)로, 박찬호보다 36표를 덜 받았다.
2022년과 2023년에 황금장갑을 품었던 오지환은 단 2표만 받았다.
수상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다른 팀 후배를 축하하고자 기꺼이 시간을 냈다.
박찬호가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자, 꽃다발까지 안겼다.
박찬호는 "무대에서 오지환 선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오지환 선배, 정말 멋지다. 이렇게 좋은 선배를 보며 나도 더 좋은 선배가 되는 법을 배운다"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올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2파전이었다.
KIA 통합 우승의 주역인 박찬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749를 올렸다.
박성한의 성적은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1이었다.
누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시상식 전에 만난 박찬호는 "내가 꼭 받고 싶지만, 박성한이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표심은 박찬호에게 더 많이 향했다.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올랐다.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져, 오래 걸렸다"며 "올해 우승도 하고,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첫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가슴 벅찬 날, 박찬호는 선배 오지환의 보여준 품격에 교훈까지 얻었다.
오지환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박찬호는 이미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박찬호는 아쉽게 수상을 놓친 박성한을 꽉 안아줬다.
그는 "나는 작년에는 수상을 기대하지 않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왔는데도 집에 갈 때 기분이 묘했다. 박성한에게는 지금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성한이가 축하 인사를 해서 '고맙다'고 말한 뒤 포옹했다"이라며 "박성한은 정말 좋은 선수다. 타격은 이미 나를 넘어섰다"고 후배를 예우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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