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IPTV의 날' 행사…"경쟁 체제인데 규제는 과거형" 토로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조성미 기자 = 유료방송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못지않게 '글로벌 공룡'들의 국내 시장 잠식을 방어했지만 규제에 발목이 묶여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2024 IPTV의 날' 행사에서 쏟아졌다.
이병석 한국IPTV방송협회장은 12일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행사 인사말을 통해 "IPTV(인터넷TV)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하는 무한 경쟁 체제에 편입되면서 전대미문의 존폐 위기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협회장은 "국내 IPTV 업계는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에 제정된 방송법이라는 낡은 제재를 적용받아 두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제약 없는 국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글로벌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와 자본력, 기술력 등을 앞세워 국내 업계와 체급 차이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해묵은 규제를 없애는 혁파 수준의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T 임현규 부사장(경영지원부문장)은 특별 강연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무한 경쟁 속에서 국내 IPTV의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며 "글로벌 OTT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비는 급격히 올라가는데 국내 OTT 경쟁력은 낮아져 글로벌 OTT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OTT 외에도 IPTV와 유사하지만 무료인 스마트TV 역시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등 미디어 경쟁 구조가 새롭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IPTV는 앞으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하며, 미디어 주권의 방파제와 같은 당국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케이블TV 수신료 매출은 2020~2022년 19% 줄고 2022년 유료방송 매출 증가율은 1%대에 진입하는 등 유료방송 성장은 완전히 정체됐다고 우려했다.
또한 2016년 1월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작된 후 2018년 12월 유료방송의 VOD(주문형 비디오) 매출이 8천151억원을 기점으로 하락했고, 가입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료방송의 저렴한 비용과 IPTV 결합상품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코드 커팅'(유선방송을 끊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하는 시청 행태)이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도 국내 시장 잠식을 방어했다. 이러한 유료방송의 콘텐츠 투자 성과를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IPTV 도입, CJ의 방송채널용사업자(PP) 인수 확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KT[030200]의 딜라이브 인수 등 주요 시점마다 규제 완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PTV 도입으로 유료방송은 경쟁 체제로 돌입했으나 점유율, 요금, 재허가, 허가 등 과거 독점 규제는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세부적으로 이용 약관 수리 요건은 이용자 권리 의무에 대해서만 심사하도록 개선하고, 광고와 심의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OTT는 영향력 증가에도 부가통신사업자 영역에서만 규제받고 있다"며 "유료방송도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사전 규제보다 방송법상 금지 행위에 기반한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도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한 통합미디어 법제 제정을 강조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 서비스의 정책 목표에 따라 공통 규범을 설정하고, 콘텐츠 계층과 플랫폼 계층별 규율 원칙을 수립해 유형별로 특화된 필요 최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IPTV는 방송산업의 혁신을 이끈 핵심 플랫폼으로 지금과 같은 대변혁의 시대에서도 더욱 혁신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IPTV가 16년전 출범 때처럼 미디어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해 IPTV 자체만이 아니라 미디어 시장 전체적인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주기를, 한번쯤은 양보하고 한번쯤은 앞서가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