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반도체] ⑤ 1980년대 전성기 재연 꿈꾸는 일본 반도체
연합뉴스
입력 2022-12-05 05:01:06 수정 2022-12-05 07:50:42
일본 내 공장 건설 TSMC·키옥시아 등 지원…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협력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후반 전 세계 시장을 석권했으나 현재는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만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진 반도체를 다시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며 반도체 산업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TSMC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건설 모습[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1980년대 '반도체 왕국', 미국 견제와 한국·대만 경쟁에서 패해

1980년대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등 일본 5대 반도체 메이커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일본 업체들이 번갈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한때 일본 기업 총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인텔이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한 후 위기감을 느낀 미국 정부가 일본을 견제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은 일본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덤핑'을 했다며 일본산 수입 물량을 제한했으며 제재가 효과를 내면서 일본 업체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시장 수요를 잘못 판단한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한국 및 대만 업체와 경쟁에 패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일본 반도체 회사 엘피다가 무너졌고 NEC,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D램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2년 엘피다 파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안전보장 직결 사활적인 전략기술"…잇단 공장 건설 지원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다시 눈을 돌린 계기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혼란에 중국과 대만의 대립으로 반도체 안정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를 계기로 첨단 반도체 공급을 더는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6월 책정한 '반도체 전략'에서 반도체를 "안전보장에도 직결되는 사활적인 중요한 전략기술"이라고 명기하며 국내 생산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 구축과 차세대 첨단 반도체 설계·개발 강화, 국내 반도체 제조기반 재생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연설에서 "10년간 10조 엔(약 96조 원) 증가가 필요하다고 하는 반도체 분야에 관민의 투자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소니, 덴소와 공동으로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건설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4천760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마모토 반도체공장은 2024년 12월 생산을 개시할 예정으로 TSMC는 이 공장에서 12인치 웨이퍼 월 4만5천 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일본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TSMC가 지난 6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개소한 반도체 연구개발센터에도 일본 정부가 사업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190억 엔을 지원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개소식에서 "일본과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이 시설에서 협력 관계가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도시바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키옥시아가 미국 반도체 대기업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이와테현에 건설 중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도 투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29억 엔을 지원한다.

두 기업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저장매체인 제6세대 3차원 플래시메모리 최신형을 양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D램 공장 증설 투자에도 최대 3억2천만 달러(약 4천200억 원)를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경제안보법을 이용해 반도체를 비롯한 중요 물자의 공급망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TSMC와 키옥시아 지원은 경제안보법이 적용된 사례다.

키옥시아의 일본 이와테현 공장 건설 모습[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 8곳 차세대 반도체 개발 공동회사 설립

일본 주요 대기업들도 새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요타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주요 기업 8곳은 지난달 공동으로 출자해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새 회사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5년 뒤인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일본 기술자를 불러들여 최첨단인 회로 선폭 2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일 '2+2' 외교·상무 장관 회담 기자회견[EPA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갈등 속에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과거 반도체 분야에서 갈등을 빚었던 미국과도 손을 잡았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상무 장관의 '2+2 경제 대화'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 장치와 재료에 강점이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 보완해 첨단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대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일 정부는 또 일본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도 신설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자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한 경제포럼에서 "지난 5월 14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안에서 일본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반도체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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