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 시절 '슈퍼 히어로' 로보트 태권브이!

(서울=연합뉴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기억하세요? 1970∼198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마징가Z'와 쌍벽을 이루며 어린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1976년 오늘은 김청기 감독의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가 개봉한 날입니다.

당시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 앞은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죠.

◇ 태권브이가 '마징가Z' 아류작이었다고?

김청기 감독은 1970년대에 어린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태권브이를 만들기로 했다고 해요.

태권브이는 당시 어린이들의 최고 '슈퍼 히어로'였죠. 하지만 '마징가Z'를 모방한 것이라는 의혹은 떨칠 수 없었는데요.

김 감독은 2018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징가Z'를 벤치마킹했고,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죠.

다만 당시 흥행사들이 제목에 '마징가'가 들어가면 돈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그런 식으론 못한다"고 말했다면서 '아류작'이란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죠.

태권브이 영화는 이후 '우주작전'(1976), '수중특공대'(1977),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 '슈퍼태권V'(1982), '84 태권브이'(1984)가 제작됐고, 1990년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로보트 태권V 90'을 마지막으로 제작이 중단됐습니다.

◇ 한국 최초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뭘까?

우리나라 최초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1967년 개봉한 '홍길동'입니다. 신동헌 감독이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되던 '풍운아 홍길동'을 영화화했죠.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당시에 장편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200명의 제작진이 필요했지만 겨우 30여 명으로 완성했다고 해요.

'홍길동'은 개봉관인 서울 대한극장에서만 상영 4일 만에 관객 1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영상자료원(영자원)은 최근 개봉 55주년을 맞아 4K 화질로 복원한 '홍길동'을 유튜브·네이버TV에 공개해 많은 이들이 시청했죠.

◇ 우리나라 장편 애니메이션 뭐 있었지?

1970년대에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 '우주 전함 거북선'(1979), '15소년 우주 표류기'(1980) 등이 개봉했죠.

1980년대 들어선 문화계가 위축되면서 '똘이장군' 시리즈 등 반공을 내세우는 작품들이 극장을 채웠고, 1990년대엔 대기업이 제작ㆍ투자한 '아마게돈'(1996)과 '붉은매'(1995), '아기공룡 둘리'(1996) 등이 선보였죠.

2000년대에는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요.

'마리 이야기'(2002), '오세암'(2003), '망치'(2004), '아치와 씨팍'(2006), '천년여우 여우비'(2007),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점박이'(2012),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3), '넛잡: 땅콩도둑들'(2014)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였습니다.

관객 220만명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중국 1천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넛잡: 땅콩도둑들'은 한국 만화영화 최초로 북미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랐죠.

◇ 요즘 국산 애니 성적은 어때?

최근엔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2019), '레드슈즈'(2019), '기기괴괴 성형수'(2020), '태일이'(2021), '무녀도'(2021) 등이 선보였는데요.

'레드슈즈'는 지난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기기괴괴 성형수'와 '무녀도'는 2020년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죠.

요즘엔 디즈니, 픽사, 마블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높은 가운데 국산 작품의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소재가 다양해지고 작품성과 완성도에서 발전을 거듭해온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국내 흥행에 성공하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임동근 기자 장진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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