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성년자 여동생 성폭행한 친오빠만 챙긴 엄마, 외로운 피해자를 살핀 유일한 사람
로톡뉴스
입력 2021-11-26 14:19:44 수정 2021-12-02 16:06:30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피해자에게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친오빠 A씨는 B양을 집에서 성추행하고, 성폭행하고, 학대했다. 하지만 가족들 중 아무도 피해자인 B양의 편에 선 사람이 없었다. 가족들은 철저하게 '아들 편'을 들었다.


아들인 A씨의 범행 당시 행동을 보면 그랬다. A씨와 B양의 어머니는 A씨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가족 선에서 넘어가려고 했다. B양에게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오도록 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검체(檢體⋅검사에 쓰는 물질)를 채취하려고 하면 거절하라"고 지시했다. 성폭행 증거가 남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었다.

다른 가족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A씨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심지어 B양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였다.

"피해자 탄원서의 행간을 봤을 때 진심이 아니다" 지적
용기를 낸 B양의 경찰 신고로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 이 사건은 광주지법 노재호 부장판사가 맡았다. 그는 2년 연속 우수⋅친절 법관(광주지방변호사회 주관)으로 선정된 법관이기도 했다.

노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제출한 선처 탄원서를 기계적으로 보지 않았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했는지(①)를 중점으로 그 내용은 진심인지(②), 탄원서를 제출한 동기(③)는 무엇인지 등을 두루 살폈다.

우선, 피해자의 일상 회복 여부(①)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와 가족들은 법정에서 A씨의 잘못은 최대한 축소하려 하고, B양의 아픔에는 너무나도 둔감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태도를 보였다"라고 판결문에 썼다. 이어 "이런 가족들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B양은 A씨가 재판을 받게 된 게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자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②)에 대해서도 "행간을 봤을 때 진심이 아니다"고 봤다. "진심은 애써 꾸며내지 않아도 느껴지고, 진심이 아닌 마음은 아무리 꾸며내려 해도 잘 전달되지 않는 법"이라며 "탄원서의 글귀나 행간에서 B양이 A씨를 진심으로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한 동기(③) 역시 '가족들의 압박' 때문이었을 수 있다고 봤다. 노 부장판사는 "과연 진정으로 A씨를 용서해서인지, A씨가 중형을 받게 되면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거나 자책감에 빠지게 될 것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노 부장판사는 현재 B양의 상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B양은 가족들과 분리되어 혼자 원룸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면서다.

반성문⋅탄원서 오히려 불리한 양형으로 판단⋯하지만 형량은 징역 4년 실형
피해자인 B양이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판단은, 당연히 A씨의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노 부장판사는 "B양을 이런 상태에 빠지게 하면서도 과연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이 법원은 굉장히 망설여진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제출한 반성문, B양을 포함한 가족들의 선처 탄원서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 부장판사는 오히려 이를 불리한 양형 사유로 넣었다.

"피고인과 그 가족들은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우선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아직까진 그러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맞는지, 피해자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해 주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형량에 있어선 아쉬웠다. 그가 받는 혐의는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준강제추행 등으로 가중처벌 대상이었지만 노 부장판사의 선택은 징역 4년의 실형이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하긴 했다. 다만, 신상공개는 동생인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해 면제됐다.

노 부장판사는 A씨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범행 당시 폭행 또는 협박이 수반되진 않은 점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없는 점 ▲B양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과 유대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어 재범 억지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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